팥의 약효중 가장 재미있는 것은 피부미용에 관한 것이다.
신라시대에는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미용에 대단히 관심이 많았다. 그때부터 피부를 희게 만드는 여러가지 방법들이
고안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'조두'라는 비누 대용품이다.
조두는 곡식을 갈아서 만든 가루로,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이 바로 팥이었다. 신라시대부터 시작된 이 화장법은 조선시대를
관통했는데, 먹을 팥도 없는데 화장할 팥을 가난한 백성들이 어디서 구하겠는가. 따라서 조두 미용법은 궁궐의 여인네들이
자주 사용해 경복궁에 흐르던 금천이 늘 희뿌연 조두 거품으로 가득 찼다고 전한다.
팥에 있는 사포닌이라는 성분이 세정효과가 뛰어났기 때문에 생긴 풍속이었다.
팥은 이처럼 그 붉은 빛깔로, 그리고 실제 약효로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왔다. 비록 콩처럼 주연의 자리를 차지하지는
못했지만, 때가 되면 으레 볼 수 있는 영원한 조연이었다. 자 조연에게도 사랑을 눈길을!